한국의 유명 전설 · 설화 시리즈 ⑧
👻 장화홍련(薔花紅蓮) 설화
— 침묵한 아이들이 만든 가장 슬픈 정의

「장화홍련 설화」는 한국 설화 가운데 가장 강렬한 비극성을 지닌 이야기로 꼽힌다. 이 설화는 단순한 귀신담이 아니라, 가족, 권력, 침묵, 그리고 정의(正義)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특히 이 이야기는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원혼(寃魂)이 어른의 세계를 어떻게 흔드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한국적인 사회 비판 서사다.
① 설화의 기본 골격
장화(薔花)와 홍련(紅蓮)은 한 집안의 의붓어머니 아래에서 살아가던 자매다. 계모는 두 아이를 시기하고 학대하며, 끝내 음모를 꾸며 장화와 홍련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아이들의 죽음 이후, 마을에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관청에서는 부임한 원님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시달린다.
이후 현명한 사또가 진실을 밝혀내며 비로소 원혼은 한을 풀고 사라진다.
② 계모(繼母)는 왜 악인이 되었는가
장화홍련 설화에서 계모는 전형적인 악역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인물은 개인의 악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조선 사회에서 계모는 혈연 질서 밖의 존재였고, 상속과 가문의 권력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
즉, 계모는 가부장적 가족 구조가 만들어낸 긴장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③ 아이들이 ‘말하지 못한’ 이유
이 설화의 가장 비극적인 지점은 장화와 홍련이 끝까지 자신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 여성, 그리고 가부장제 아래의 가족 구성원이라는 위치는 그들에게 발언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설화에서 귀신의 등장은 복수가 아니라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의 귀환이다.
④ 원혼(寃魂)은 왜 관아에 나타나는가
장화홍련의 원혼은 집이 아닌 관아(官衙)에 출몰한다. 이 설정은 매우 상징적이다.
관아는 법과 질서, 공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원혼이 이곳에 나타난다는 것은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공적 정의의 회복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즉, 이 설화는 정의는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제도를 통해 완성되어야 함을 말한다.
⑤ 사또의 역할 — 정의의 인간화
여러 사또가 실패한 끝에 마침내 진실을 밝혀내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초인적인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질문하고 기록하는 인간이다.
이 점에서 장화홍련 설화는 기적이 아닌 책임 있는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했지만,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어른이 있었기에 비로소 한이 풀린다.
⑥ 공포의 본질은 귀신이 아니다
이 설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다.
침묵하는 어른, 외면하는 공동체, 그리고 반복되는 무관심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진짜 공포다.
장화홍련은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목소리를 얻는다.
⑦ 오늘날의 장화홍련
이 설화가 지금까지도 반복 재해석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억울함을 말하지 못한 존재, 그리고 그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화홍련 설화는 약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장화홍련(薔花紅蓮) 설화의 추가 안내]
조선 시대 효종 때 평안도 철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장화홍련 설화'를 추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 전래동화 중 가장 유명한 가정 비극이자, 아랑 설화와 마찬가지로 원혼 해원 (冤魂 解冤) 설화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서사 구조)
- 행복과 불행의 시작: 철산의 배 좌수와 장 씨 부인 사이에서 예쁜 자매 '장화'와 '홍련'이 태어납니다. 하지만 어머니 장 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배 좌수는 '허 씨'를 후처로 들입니다.
- 계모의 학대와 음모: 계모 허 씨는 자신이 낳은 아들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장화와 홍련을 몹시 구박합니다. 급기야 장화가 혼기를 앞두자, 커다란 쥐를 이용해 장화가 낙태한 것처럼 꾸며 정절을 의심받게 만듭니다.
- 자매의 비극: 음모에 속은 배 좌수는 장화를 못가에 빠뜨려 죽게 하고, 동생 홍련 역시 언니를 그리워하다 뒤따라 연못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습니다.
- 원혼의 출현: 억울하게 죽은 자매의 영혼은 새로 부임하는 철산 사또들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또들은 귀신을 보고 모두 놀라 죽어버리는 바람에 마을은 황폐해집니다.
- 현명한 사또와 진실 규명: 담력이 센 '정동우'라는 인물이 사또로 부임하여 자매의 원혼을 맞이하고 사연을 듣습니다. 사또는 계모가 숨겨둔 '낙태의 증거(쥐)'를 다시 조사하여 흉계임을 밝혀내고, 계모와 그 아들을 처벌합니다.
- 환생과 결말: 자매의 원혼은 한을 풀고 다시 배 좌수의 집안에 쌍둥이 자매로 환생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보답형 결말로 끝납니다.

2. 주요 의미와 가치
- 계모형 가정 비극: 고대 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처 자식과 후처' 사이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가부장제의 한계: 가장인 배 좌수가 비판 없이 계모의 말만 믿고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당시 가부장 권위의 어두운 면을 비판합니다.
- 권선징악(勸善懲惡): 사악한 자는 반드시 심판받고, 억울한 죽음은 국가(사또)의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치유된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3. 상징성 요약
| 요소 | 상징 의미 |
| 장화(장미)와 홍련(연꽃) | 자매의 아름다움과 고결함, 순결의 상징 |
| 죽은 쥐 | 계모의 교활한 음모와 거짓된 증거 |
| 연못 | 비극의 장소이자 이승과 저승의 경계 |
| 환생 | 억울한 희생에 대한 보상과 완전한 해피엔딩 |


💡 알고 계셨나요?
이 설화는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으로 정착되었으며, 한국 영화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소재입니다. 1924년 한국 최초의 무성 영화로 제작되었고, 2003년에는 김지운 감독의 현대적 공포 영화 <장화, 홍련>으로 재해석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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