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 전설 · 설화 시리즈 ⑩
🌋 설문대할망(說文大割望) 신화
— 땅을 만든 어머니, 사라짐으로 완성된 세계

설문대할망(說文大割望)은 제주도 신화 체계에서 가장 거대한 존재다. 그는 요괴도, 원혼도, 왕도 아니다. 설문대할망은 곧 ‘땅 그 자체’이며, 제주의 산과 들, 바다와 마을을 만든 창조의 어머니 신이다.
이 신화는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 설화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시킨다. “세계는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가”
① 설문대할망은 어떤 존재인가
설문대할망은 제주 전역의 지형을 만든 거신(巨神)으로 전해진다. 한라산(漢拏山)을 쌓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오름과 들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몸은 너무 커서 한 발은 제주에, 다른 발은 바다에 닿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이는 설문대할망이 인간의 스케일을 넘어선 대지 신(大地神)임을 뜻한다.
② 제주 신화가 ‘여신’ 중심인 이유
제주 신화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여성 신격이 중심을 이룬다. 설문대할망은 그 정점에 있다.
이는 제주가 해양과 화산, 출산과 생존의 위협이 공존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명은 강한 어머니의 보호 없이는 유지될 수 없었다.
설문대할망은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먹이고, 덮고, 버텨주는 존재다.
③ 다산(多産)의 신, 그리고 비극
설문대할망에게는 무려 오백 명의 아들, ‘오백장군(五百將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다산은 축복만은 아니었다. 아들들을 먹이기 위해 설문대할망은 거대한 가마에 죽을 끓이다가 그만 빠져 죽게 된다.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창조의 어머니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소모한 존재로 그려진다.
④ 왜 죽음은 오해로 완성되는가
설문대할망의 죽음 이후, 아들들은 어머니가 끓여준 죽을 먹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뒤늦은 인식’은 한국 설화에서 반복되는 구조다.
부모의 희생은 언제나 너무 늦게 이해된다. 설문대할망 신화는 효(孝)의 부재가 만든 세계의 비극을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⑤ 설문대할망은 왜 복수하지 않는가
이 신화에서 설문대할망은 원혼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장화홍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 구미호처럼 인간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의 몸은 산이 되고, 오름이 되고, 땅이 된다.
이는 자연은 복수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모든 것을 감당한다는 제주 신화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⑥ 설문대할망과 한국 설화의 공통 질문
지금까지 살펴본 단군, 바리데기, 구미호, 장화홍련, 연오랑·세오녀에 이르기까지 한국 설화는 한 가지 질문을 반복한다.
“누가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가”
그 답은 언제나 가장 말이 없고, 가장 많이 내어준 존재다. 설문대할망은 그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응답이다.

⑦ 왜 이 신화가 마지막이어야 하는가
설문대할망 신화는 영웅의 탄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끝에는 승리도, 정복도, 구원도 없다. 다만 그 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그래서 이 신화는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한국 설화의 세계는 어딘가로 도망가거나 하늘로 오르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땅에 남아, 버티고, 다음 세대를 받치는 이야기로 끝난다.
⑧ 시리즈 1부를 마치며
이 10편의 설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설화는 지금도 우리가 서 있는 땅, 우리가 따르는 질서, 우리가 외면한 희생 위에 여전히 살아 있다.
설문대할망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덕분에 세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설화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다. 이상으로 한국의 유명 전설 · 설화 시리즈 ⑩ 1부를 마감합니다.
[설문대할망(說文大割望) 신화의 추가 안내]
제주도의 탄생과 그 거대한 자연 경관을 설명하는 거인 신화, **'설문대할망(說文大割望) 신화'**를 1부의 마지막 10편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한국의 창세 신화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웅장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1. 줄거리 (서사 구조)
- 제주도를 만든 거인: 설문대할망은 키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발치에 있는 관탈섬에 발이 닿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담아와 제주도를 만들었는데, 이때 치마 사이로 조금씩 떨어진 흙무더기들이 **'오름(기생화산)'**이 되었고, 마지막에 부은 흙더미가 **'한라산'**이 되었습니다.
- 비단옷과 속옷 내기: 할망은 제주 백성들에게 "나의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속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명주 100동 중 한 동이 모자라 결국 다리 놓기는 중단되었습니다. (이때 만들다 만 흔적이 '조천' 앞바다의 바위들이라고 전해집니다.)
- 어머니의 희생 (오백장군 이야기): 기근이 든 어느 날, 할망은 500명의 아들을 위해 죽을 끓이다가 그만 솥에 빠져 죽고 맙니다. 나중에 돌아온 아들들은 그 죽을 먹다가 어머니의 뼈를 발견하고 통곡하며 바위가 되었는데, 이것이 한라산의 **'영실기암(오백장군 바위)'**입니다.
- 할망의 최후 (깊이 재기): 또 다른 판본에서는 할망이 자신의 키가 크다는 것을 자랑하며 제주도의 깊은 물(용연 혹은 물장오리)에 들어갔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에 빠져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2. 주요 의미와 가치
- 거인 창세 신화: 우주와 지형의 탄생을 거대한 신의 신체 활동으로 설명하는 전형적인 창세 신화의 형태를 띱니다.
- 여신 숭배와 모성애: 제주도라는 척박한 땅을 일구고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어머니'의 형상을 보여줍니다.
- 자연과의 조화: 제주의 독특한 지형(한라산, 오름, 바위들)에 생명력과 서사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섬 전체를 하나의 신성한 공간으로 만듭니다.

3. 상징성 요약
| 요소 | 상징 의미 |
| 치마폭의 흙 | 제주도의 근원, 수많은 '오름'의 기원 |
| 속옷 100동 | 인간의 한계와 신성한 영역 사이의 미완성된 연결 |
| 가마솥(죽) |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헌신과 자기희생 |
| 한라산 | 설문대할망의 분신이자 제주의 중심축 |

💡 정리하며
바리데기부터 설문대할망까지 총 10편의 한국 설화와 신화를 1부 연재로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민족의 가치관, 유머,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의 제2부에서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설.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한국의 유명 전설.설화 시리즈 – 추가 연재 (11~15편) (0) | 2026.02.01 |
|---|---|
| 📚 한국의 유명 전설·설화 시리즈 통합 페이지(1~10편) (0) | 2026.01.25 |
| 📕 연오랑·세오녀(延烏郞 細烏女) 설화 — 떠남으로 완성된 나라의 운명 (0) | 2026.01.25 |
| 📕 장화홍련(薔花紅蓮) 설화 — 침묵한 아이들이 만든 가장 슬픈 정의 (1) | 2026.01.25 |
|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공포를 넘어 우주 질서를 만든 설화 (0) |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