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 전설 · 설화 시리즈 ⑦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공포를 넘어 우주 질서를 만든 신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는 한국 민담 가운데 가장 널리 전승된 이야기 중 하나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접하지만, 그 상징과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설화는 단순한 권선징악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 질서의 기원을 설명하는 우주 신화에 가깝다.
특히 이 설화는 공포(恐怖), 생존, 성장, 질서의 탄생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단계적으로 담고 있다.
① 설화의 기본 구조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하다.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는 길에 호랑이(虎狼)를 만나 죽임을 당하고, 호랑이는 어머니로 변장해 집으로 찾아온다.
어린 오누이는 어머니의 손이 거칠다는 점,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끝내 호랑이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이후 오누이는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밧줄을 타고 올라가 각각 해와 달이 된다.

② 호랑이의 의미 — 단순한 악이 아니다
이 설화에서 호랑이는 흔히 절대적인 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통 설화에서 호랑이는 항상 악역만을 맡는 존재는 아니다.
호랑이는 자연의 공포, 통제되지 않은 힘을 상징한다. 즉, 인간이 맞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하고 질서화해야 할 대상이다.
오누이가 호랑이를 피해 도망치는 과정은 자연 앞에서의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지만, 그 이후의 선택은 인간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③ 오누이는 왜 ‘어린아이’인가
주인공이 성인이 아닌 어린 오누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간이 가장 연약한 상태에서조차 신성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오누이는 혈연(血緣) 공동체의 최소 단위다. 부모를 잃은 이후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남는 존재로 설정됨으로써, 이 설화는 가족과 연대의 원형을 보여준다.
④ 밧줄과 하늘 — 신화적 도약의 장치
오누이가 하늘에 기도하자 밧줄이 내려온다. 이 밧줄은 단순한 탈출 도구가 아니다.
이는 인간 세계와 천상(天上)을 잇는 통로이며, 신화에서 반복되는 ‘승천(昇天)’의 상징이다.
흥미롭게도 욕심을 부린 호랑이가 탄 밧줄은 끊어진다. 이는 자격 없는 존재는 질서의 세계로 올라갈 수 없다는 메시지다.
⑤ 왜 오빠는 해, 여동생은 달인가
설화의 결말에서 오빠는 해(太陽), 여동생은 달(月)이 된다.
일부 전승에서는 여동생이 밤을 무서워해 해와 달의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이 점은 이 설화가 고정된 교훈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서에 따라 변주된 살아 있는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해와 달은 낮과 밤, 빛과 어둠, 질서와 휴식의 균형을 상징한다. 오누이는 개인의 생존을 넘어 우주 질서의 일부가 된다.
⑥ 공포 서사에서 창세 신화로
이 설화는 중반까지 분명한 공포담(恐怖譚)의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결말은 파괴가 아닌 창조다.
가족의 죽음, 추격, 절체절명의 위기를 지나 결국 세계를 밝히는 존재가 된다는 구조는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질서를 만든다는 신화적 공식을 따른다.
⑦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의미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지금까지도 반복해서 재현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설화는 어린이에게는 용기를, 어른에게는 책임을 이야기한다. 공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넘어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라는 메시지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화(神話)의 추가 안내]
한국 전래동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자, 하늘의 일월(日月)이 생겨난 유래를 설명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화를 정리해 추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 줄거리 (서사 구조)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가 고갯마루에서 잔치 일을 마치고 떡을 이고 오던 중 호랑이를 만납니다. 호랑이는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타나 떡을 뺏어 먹고, 결국 어머니까지 잡아먹은 뒤 어머니로 변장하여 오누이가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 정체를 들킨 호랑이: 호랑이는 어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며 문을 열어달라고 하지만, 오누이는 호랑이의 거친 손과 목소리를 보고 정체를 알아채 뒷마당 나무 위로 피신합니다.
- 나무 위의 대결: 호랑이가 나무 위로 올라오려 하자, 오누이는 도끼로 나무에 찍고 올라오는 법을 가르쳐주는 척하며 호랑이를 속입니다. 하지만 결국 호랑이가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오자 위기에 처합니다.
- 하늘의 구원: 오누이는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희를 살리시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죽이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하늘에서 새 동아줄이 내려와 오누이는 하늘로 올라갑니다.
- 호랑이의 추락: 뒤쫓아 기도한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고, 호랑이는 올라가다 줄이 끊어져 수수밭으로 떨어져 죽습니다. (이때 호랑이의 피가 묻어 수수 대가 붉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 해와 달의 탄생: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 중 오빠는 해가 되고, 밤을 무서워한 여동생은 달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수줍음 많은 여동생이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 빛을 강하게 내뿜어 해가 되고, 오빠가 달이 되었다는 변이형도 존재합니다.)
2. 주요 의미와 가치
- 일월신화(日月神話): 해와 달이라는 자연 현상의 기원을 설명하는 신화적 성격을 가집니다.
- 선과 악의 대립: 탐욕스러운 포식자(호랑이)와 순수하고 지혜로운 약자(오누이)의 대결을 통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천우신조(天佑神助): 스스로 지혜를 짜내어 위기를 모면하려 노력하고, 마지막에 하늘의 도움을 받아 구원받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믿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3. 상징성 요약
| 요소 | 상징 의미 |
| 호랑이 |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 악한 존재 |
| 새 동아줄 | 구원과 희망, 신성한 연결 고리 |
| 썩은 동아줄 | 부도덕한 자에 대한 심판, 파멸 |
| 붉은 수수밭 | 자연 현상의 유래를 설명하는 민담적 장치 |
💡 재미있는 포인트
이 설화의 변이형 중에는, 달이 된 누이동생이 밤길을 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 햇빛을 아주 강하게 만들어 눈을 부시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것이라는 귀여운 상상력이 담겨 있죠.
👉 다음 편 : 8편. 장화홍련 설화 — 억울함이 만든 원혼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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