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설.설화

🍶 누룩으로 빚은 술 ② — 약주(藥酒) 와 청주(淸酒) <뽀얀 막걸리에서 맑은 술로 — 누룩이 빚어낸 또 하나의 세계>

by legendpark 2026. 8. 19.
반응형

[누룩으로 빚은 술 ③-②]

 

🍶 누룩으로 빚은 술 ② — 약주(藥酒) 와 청주(淸酒)

<뽀얀 막걸리에서 맑은 술로 — 누룩이 빚어낸 또 하나의 세계>

 

막걸리 한 잔을 떠올려봅시다.

하얗고 뽀얀 색깔에 은은한 곡물 향,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

그런데 같은 쌀과 누룩을 이용해 술을 빚으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의 술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맑고 투명한 황금빛.

은은하게 퍼지는 과실 향.

그리고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깔끔한 맛.

바로 약주와 청주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곡물과 누룩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술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오늘은 막걸리 다음으로 한국 전통주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보겠습니다.


1. 약주와 청주,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처음 전통주를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약주와 청주는 같은 술인가?”

현대의 주류 분류와 역사적인 용례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하게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발효가 끝난 술덧에서 맑은 부분을 떠내거나 걸러낸 술을 청주(淸酒)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특정한 맑은 술을 약주(藥酒)라고 부르는 관습도 발달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법적인 주종 분류와 전통적인 명칭이 함께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이름만 보고 역사적인 의미까지 동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즉,

청주와 약주는 역사 속에서 의미가 변화해온 이름

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2. ‘청주’라는 이름부터 살펴보자

 

청주(淸酒)의 한자를 보면 재미있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淸 — 맑다

酒 — 술

말 그대로 ‘맑은 술’이라는 의미입니다.

탁주가 술덧의 고형분 등이 남아 뿌연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청주는 발효된 술에서 맑은 부분을 분리해 마시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술 문화에서

탁주 ↔ 청주

라는 대비가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조법과 용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했습니다.


3. 약주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왜 ‘약주’라고 부르게 되었을까요?

오늘날 약주라는 말을 들으면 약재가 들어간 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약주가 반드시 약재를 넣은 술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는 맑은 술을 가리켜 약주라고 부르는 용례가 있었고, 술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약주 = 약재가 들어간 술

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역사적인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오히려 ‘귀한 술’, ‘좋은 술’이라는 문화적 의미가 함께 존재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막걸리와 약주·청주는 어디에서 갈라질까?

여기서 핵심적인 차이가 나타납니다.

발효가 끝난 술에는 술덧과 액체가 함께 존재합니다.

이 술을 그대로 또는 적절히 처리하여 마시면 탁주의 형태가 됩니다.

반면 술덧에서 맑은 액체 부분을 분리하거나 여과하면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화하면,

막걸리

발효 → 술덧 → 거르기 → 탁주

약주·청주

발효 → 술덧 → 맑은 부분 분리·여과 → 맑은 술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통주 제조법은 훨씬 다양합니다.

술을 여러 차례 덧술하는 방식도 있었고, 술의 종류에 따라 발효와 여과 방법도 달랐습니다.


5. 맑은 술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에는 필터와 원심분리, 정밀한 온도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이런 장비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맑은 술을 얻었을까요?

술이 발효된 뒤 술덧을 가라앉히고 맑은 액체를 떠내거나, 천이나 용기를 이용해 걸러내는 방식 등이 활용되었습니다.

술을 맑게 만드는 과정에는 상당한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너무 많이 건드리면 탁해질 수 있고,

너무 많이 걸러내면 술의 풍미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청주를 얻는 것은 단순히 ‘거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술의 상태를 읽는 기술이었습니다.


6. 약주와 청주는 왜 향이 섬세할까?

막걸리와 비교하면 약주와 청주는 훨씬 깔끔하고 섬세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료의 종류,

누룩의 특성,

발효 조건,

발효 기간,

술덧의 처리,

여과와 숙성 과정.

이 모든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맑은 술에서는 탁주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 있는 향미가 더 직접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주를 천천히 마시면

곡물 향 → 발효 향 → 은은한 과실 향 → 깔끔한 여운

처럼 다양한 층을 느낄 수 있습니다.


7. 술에서도 ‘향’이 중요한 이유

술을 마실 때 혀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술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 후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술잔을 코 가까이 가져가면 여러 향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쌀의 고소한 느낌,

발효에서 비롯된 향,

과실을 연상시키는 향,

곡물의 은은한 향.

이런 향들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휘발성 화합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청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한 번에 마시기보다

먼저 향을 맡고 → 조금 맛보고 → 입안의 변화를 느끼는 방식

으로 접근하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8. 조선시대에는 술 종류가 얼마나 많았을까?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술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

당시의 음식 관련 문헌에는 수많은 술 이름과 제조법이 등장합니다.

『산가요록』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

등에는 다양한 술 빚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대량생산되는 몇 가지 술만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지역과 가문, 계절, 재료와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한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9. ‘집에서 술을 빚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가양주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집에서 술을 빚어 손님에게 내고,

명절이나 잔치에 사용하고,

제례에도 활용했습니다.

특히 좋은 술을 빚는 것은 집안의 중요한 생활 기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술을 잘 빚는 집에는 나름의 비법이 있었고,

누룩을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는지,

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발효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전해졌습니다.

오늘날의 레시피처럼 정확한 숫자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경험으로 전해지는 지식

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0. 조선의 술은 왜 여러 번 덧술했을까?

전통주를 공부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덧술’입니다.

한 번 빚은 술에 다시 원료와 누룩 등을 더하여 발효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발효할 수 있는 원료가 추가되면서 술의 농도와 풍미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 문헌에는 다양한 덧술 방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주는 단순히

“쌀을 넣고 발효시킨 술”

이라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몇 번 어떤 방식으로 덧술하느냐에 따라서도 술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1. ‘삼해주’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조선시대 전통주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술이 있습니다.

바로 삼해주(三亥酒)입니다.

이름부터 재미있습니다.

‘세 번의 해일’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삼해주는 해일(亥日: 위 삼해주 링크참조)에 맞추어 여러 차례 빚는 방식과 관련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특정한 날짜와 발효 과정을 연결한 술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옛사람들에게 술을 빚는 일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 달력과 생활문화가 결합된 의식

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 술과 계절

전통주에서는 계절이 중요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냉장고와 온도조절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자연환경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겨울에는 발효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발효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술을 빚는 시기와 온도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특정 계절에 어울리는 술과 빚는 시기를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주는 단순히 ‘술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을 읽는 기술

이었던 것입니다.


13. 약주는 약인가?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약주라는 이름 때문에 건강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약주’라는 명칭은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름이며, 오늘날의 의학적 의미에서 약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술은 기본적으로 알코올을 포함한 음료입니다.

따라서 약주라는 이름만으로 건강식품처럼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전통주의 문화적 의미와 건강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14. 청주는 제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의 전통적인 술 문화에서 맑은 술은 제례 문화와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제례에서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의례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술을 올리고,

조상에게 예를 갖추며,

공동체의 질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청주와 약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제례와 가족문화

까지 만나게 됩니다.


15. 약주와 청주도 근현대에 큰 변화를 겪었다

전통주 문화는 근현대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이어진 주류 제도와 산업화 과정에서 가양주 문화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집집마다 다양한 술을 빚던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주류 생산이 전문적인 산업 영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의 수많은 술 가운데 상당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주 복원과 지역 양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습니다.


16. 현대의 청주는 과거와 같을까?

오늘날 판매되는 ‘청주’라는 이름의 제품이 모두 조선시대의 전통 청주와 동일한 제조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 주류산업에서는 품질의 균일성과 안전성, 생산 효율 등을 위해 다양한 현대적 기술이 사용됩니다.

따라서

전통 청주

현대 상업적 청주

를 역사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오히려 전통주가 더욱 재미있습니다.

과거의 기술과 현대의 기술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 좋은 약주·청주를 어떻게 즐길까?

전통주를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차갑게 마시기보다 제품이 권장하는 음용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잔에 따른 뒤 먼저 향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한 모금 천천히 마셔봅니다.

첫 번째 — 향

곡물 향과 발효 향을 살펴봅니다.

두 번째 — 첫맛

단맛과 산미, 알코올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봅니다.

세 번째 — 중간 맛

입안에서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봅니다.

네 번째 — 여운

삼킨 뒤 어떤 향이 남는지 살펴봅니다.

이렇게 마시면 술을 단순한 ‘도수’가 아니라 하나의 향미 경험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18.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릴까?

약주와 청주는 비교적 섬세한 향을 가진 제품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한식과 잘 어울립니다.

대표적으로

  • 생선구이
  • 나물
  • 두부 요리
  • 담백한 육류
  • 해산물 요리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술의 단맛·산미·도수와 음식의 양념 정도에 따라 궁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향이 섬세한 술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이 술의 개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19. 막걸리와 약주·청주를 비교해보자

구분          막걸리          약주·청주

외관 뽀얗고 탁함 맑은 편
기본적인 특징 탁주 맑은 술
술덧 처리 고형분 등이 일정 부분 남음 맑은 부분을 분리·여과
곡물·발효 향이 비교적 직접적 섬세하고 다양한 향을 느끼기 쉬움
질감 부드럽고 풍성한 느낌 깔끔하고 섬세한 느낌
문화적 이미지 서민·농촌·공동체 문화 의례·잔치·귀한 술의 이미지

 

단, 실제 제품은 제조법과 숙성, 여과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므로 이 표는 일반적인 특징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입니다.


20. 결국 약주와 청주의 핵심도 누룩이다

막걸리 편에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누룩이 곡물을 술로 바꾸는 발효의 문을 연다.

약주와 청주 역시 그 기본적인 발효 세계에서 출발합니다.

곡물과 누룩이 만나고,

효소가 작용하고,

효모 등이 발효를 진행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술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술에서 맑은 부분을 얻어내면서 또 하나의 세계가 탄생합니다.

바로 맑은 전통주입니다.


🍶 FantasyPark Point

막걸리와 청주는 서로 다른 술이지만, 뿌리는 하나다.

한쪽은 뽀얗고,

한쪽은 맑습니다.

한쪽은 서민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한쪽은 격식 있는 자리와 연결됩니다.

그러나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곡물과 누룩, 발효와 시간

이라는 공통된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막걸리를 이해하면 청주가 보이고,

청주를 이해하면 다시 한국 전통주의 전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약주와 청주 핵심 정리

청주란?
전통적으로 발효된 술에서 맑은 부분을 분리해 얻은 술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약주란?
역사적으로 맑은 술을 가리키는 용례가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주류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됩니다.

약주에 약재가 반드시 들어가는가?
아닙니다. ‘약주’라는 이름만으로 약재가 들어간 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막걸리와 가장 큰 차이는?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탁한 상태로 즐기고, 약주·청주는 맑은 부분을 분리해 즐기는 것이 대표적인 차이입니다.

전통주의 핵심은?
곡물, 누룩, 미생물, 발효 환경, 시간과 사람의 기술이 함께 작용합니다.


🍶 다음 편 예고

누룩으로 빚은 술 ③ — 증류식 소주

발효된 술이 불을 만나 더 강렬한 술이 되다

이번에는 드디어 소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1편에서 살펴본 현대의 대중적인 소주가 아닙니다.

이번에 만날 술은

곡물 → 누룩 → 발효 → 증류

라는 전통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증류식 소주입니다.

왜 옛사람들은 발효한 술을 다시 끓였을까요?

증류를 거치면 왜 도수가 높아질까요?

그리고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소주는 어떻게 안동소주와 같은 지역 명주로 발전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불의 기술’이 만들어낸 전통 소주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 「누룩으로 빚은 술」 10부작

① 막걸리
② 약주와 청주 ← 현재 글
③ 증류식 소주
④ 안동소주
⑤ 문배주
⑥ 이강주·감홍로·죽력고
⑦ 지역별 전통주
⑧ 술과 누룩의 과학
⑨ 사라진 전통주와 복원
⑩ 한국 전통주 완전 가이드

뽀얀 막걸리에서 맑은 청주로.

누룩은 같은 곡물에서 전혀 다른 술의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술이 다시 불을 만납니다.

 

반응형